진로고민

[고민] 능력과 한계 그리고 아마 조급함

moon61 2024. 8. 8. 03:31

고민해야하는 시기라는 게 느껴진다. 
근데 시험 공부도 해야하고 일도 해야한다.
 
일] 일이 빡세졌다. 리크루팅 자체가 너무너무 책임감이 막중한 이벤트다. 기간도 매우 길고. 나는 팀원으로, 팀장으로, 그리고 총괄 되기 직전, 이렇게 총 3번 리크루팅 업무를 했었는데, 이렇게 전반적으로 모든 걸 총괄하는 업무는 처음이다. 나는 처음이고. 지금 다들 너무 바쁘시다. 약간 과대평가 당한 신입마냥 책임감과 어찌할줄 모름 사이에서 짓눌려있다. 나한테 감은 있는듯 없는듯 내가 감히 이걸 뜯어고쳐도 되는건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건드려도 되는건지를 모르겠다. 아마 뚫어져라 쳐다보면 언제나 그랬듯이.. 답이 나오겠지... 물리적인 시간이 해결책을 가져다줄 때가 많더라. 
 
공부 ] 시험 공부도 wunderbar다 진짜. oral 시험을 통과할 수 없었고, 이유는 그 과목은 너무나도 공학적인 .. 화학적인 ... 단순히 '열심히 외운다'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과목이었다. 객관식 test는 잘 봤는데 구두 테스트는 쉽지가 않구나. 남의 학문을 쉽게 넘본 죄라고 생각함...ㅋㅋㅋㄱ 뭐 내 한계니까 어쩔 수 없지. 
다행히 남은 한 과목은 그나마 내 이중전공이랑 유사한 과목인데, 펼쳐볼 엄두가 안나네요. 배우면 다 쓸모가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나의 이중전공이 조금 미운오리새끼 같은 포지션이다. 널 잘 키워보면 예뻐질 것 같지만, 도저히 애정이 가지 않는. 이 과목을 속된 표현으로 취업문으로 생각하고 골랐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인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그때의 나는 정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딱히 후회하는건 아니고. 그냥 이 과목이 지금 날 너무 화나게 해! 
 
오늘 ] 시험을 8월에 보면 걍.. 슬럼프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덥고+식욕없음) 이 슬럼프적 감각 오랜만이라 오늘 아침에 되게 당혹스러웠음.
그래도 독일에서의 하루는 꽤 길고, 누워있으면서도 중간중간 청소도 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장도 보고 행정처리도 끝냈다. 엥 써놓고 보니 엄청 많이했네. 공부만 안 함.ㅋㅋㅋㄱ
일도 다 꺼내서 머리 속에 넣어놨다. 이게 가볍게 읽고 미루는거랑,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미루는건 완전 다르거든.. 무의식 중에 처리되는 ! 샤워하다가 갑자기 깨달음이 내려오는! 그런게 좀 많아서.. 머리에 넣어주어야 한다. 근데 알면서도 오늘은 너무너무너무 덥고 지치고. 
 
고민 ] 내가 대충 깊이 없이 살았나? ->이거에 대해 요즘 정확히 잘 모르겠음. 국영수사과 공부는 논외. 대학 타이틀도 논외.
선택의 폭을 넓혀보려던 여러 시도들이 지금까진 도움이 되었는데. 아직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다는 것도 알겠는데.
내 한계를 제대로 확인해 본 적이 있나? 전에 글에서 >그냥 적당히 다 재밌었고, 재밌는건 적당히 다 잘 했다< 이렇게 썼었는데, 그게 다른 말로 하면 발 뻗을데 보고 뻗은거지. 못 하는건 손도 안 댄거고. 근데 그게..... 적성 아닌감..  근데 진짜 나 아무것도 아닌데도 점점 내가 할줄 아는 일만 하게 되는게 보여서.


발전이 하고싶니?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뭐 내가 물리적인 나이로 인한 경험 부족일진 몰라도, 허튼 수를 놓은 것 같진 않은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왜 이렇게 찝찝한건지 모르겠다. 내가 어느 지점을 놓치고 있는거게요? 이렇게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데도 답을 얻긴 커녕 어떤 질문을 던져야하는건지도 모르겠는 요 감각이 익숙하지가 않아서 혼란.
 
나 ] 동시에 내가 그렇게 부+ 명예+ 성공에서 만족감/성취감 등등을 얻기가 힘든 사람인걸....... n년 전부터 알고 있었고, 작년에도 깨달았고, 독일 와서도 깨달았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는 커녕, 그냥 더더욱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가 되어버리고. 그게 반복되고. 뭐 뒷걸음질 치다 정답을 밟는 그런 상황인건가 이거 지금? 
 
그니까, 일중독&공부중독으로 내가 덮으려 하는 뭔가가 있는건가? 싶다. 목표가 없어서, 일단 선택의 폭이라도 넓혀보자 하고 다 벌려놓는건데, 목표가 없으니까 공허한거고. 근데 목표가 왜 없겠어. 애초에 나는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 아닐 수도. 한국 사회의 동기부여는 공포랜다. 진짜 동감함. 동기부여가 좀 플러스요인이었으면 좋겠는데. 

 
내 안에도 일 딱부러지게 하고/ 공부도 딱부러지게 하고/ 커리어적으로 탄탄하게 살고 싶은 욕심도 있긴 있는데, 그게 그렇게....... 막 내 nn년을 태울만큼 강렬한 욕심이 아닌 것 같다.. 걍 한국에서 경험적으로 얻은 '아 이렇게 살면 편하겠구나'의 감각인거지, 내가 진짜로 편안해 하는 인생인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들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랜다. 정말 웃김. 내가 살고 싶은건 ..... (생략)
 
 
 
 
맨날 친구한테 <A가 싫어서 B를 선택하는건 안된다 B가 좋아서 B를 선택해야디> 말했었는데 ㅋㅋㅋㅋㄱ 정작 지금 내 눈에 모든게 소거법처럼 보여요. 딱 A가 싫어서 B로 가려는 상황인건 아닌지.. 근데 내가 늘 말하지만 ,, B도 재밌거든요... 재미 없었으면 걍 걔도 미운오리새끼 됐겠지. 근데 좋아서 오는 애증인건지, 아니면 나랑 잘 안 맞는데 내가 '좋다'에 대한 기준이 후한건지 모르겠다아. 일에서 오는 성취... 중요하지. 나도 그걸 경험해보고 나니까, 잘맞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아빠 말이 뭔지 너무 잘 알겠음.
 
 
 
 
결론 ] 걍 
생각그만!하고
공부하고 일해야 하나보다. 
맨 처음 생각이 맞았어. 고민이 길어지면 그건 고민이 아니라 걱정이여. 앞길도 경험+실력이 있어야 보이는거지 지금 고민해서 뭐함. 걍 아직은 묵묵히 해야하는 시기인갑다. 
발전을 해야할 시기인데 자꾸 내가 갖고 있는 걸로만 요리조리 굴려서 빠른 답을 얻고싶어해서 혼란인거 같다.

난 선택이 빠르고 나름 정확하니까.... 걍 중요한 순간에 선택을 잘 할거라 믿음.. 늘 그랬잖아. 그리고 좀 망해도 괜찮고..
 
 
일단 저녁 해먹고 시험 공부 시작해야겠다... 그 전에 공지문도 좀 쓰고.. 서류 질문 검토도 하고..